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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詩 한 편] 성탄제

- 한겨울 산수유 열매와 관련
기사입력 2023.01.22 19:26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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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  (2023.1.20. 산수유 열매 모습)

     

    성탄제

                  - 김종길 시인 


    어두운 방 안엔

    바알간 숯불이 피고,

     

   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

   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.

     

    이윽고 눈 속을

   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.

     

    아,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

    그 붉은 산수유 열매 ---.

     

   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,

   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

    열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.

     

   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.

    그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.

     

    어느새 나도

   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.

     

    옛것이라곤 찾아볼 길 없는

    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

   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,

     

   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

   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,

     

    눈 속에 따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

   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.

    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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